Parallel Timeline (Digital Furniture, 2012)

시간을 달리는 소년 :: 빅 데이터(Big Data)와 즉각적 미래(avenir immédiat)


<시간을 달리는 소년>, 2012, Interactive Top & Bottom Video with Synchronous Messages


_ Digital Furniture, Art Center Nabi, SK Building 4F, Seoul, Korea
_ 2012.12.28. - 2013.01.28.


Devised to resemble a giant “Kakaotalk” screen in its appearance, <Parallel Timeline, 2012> examines the prevalence of big data in in our everyday lives and defines the quality of “smart” media as “avenir immédiat”.
In a world where records are left but recollections of it are minimal; a world in which anyone can access and be exposed to data, data becomes our life and art itself.

- Taiyun Kim Artist Note


* 한 사람과 주고 받은 메시지 총 4,671건(2012.09.19. ~ 10.09.) 중 186건을 이용하였습니다.

Art Center Nabi Podcast :: Hello, Big Data

기록과 기억… 그리고 빅 데이터

이 작품은 작가의 무척 사소한 개인적 에피소드들을 다룹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변화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주목하며 기록과 기억, 디지털과 아날로그, 그리고 그 배경이 된 빅 데이터(Big Data)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이 작품에 쓰인 메시지는 당시에 사용했던 스마트폰이 아닌, 새로운 기종의 스마트폰에서 추출한 것입니다. 디바이스를 바꿔도 데이터는 마치 영혼처럼 다른 디바이스로 이동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 데이터들은 우리 자신보다 더 오래 살아 남을지도 모릅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년

이처럼 수많은 데이터가 타임라인을 형성하며 저장된 상태에서, 우리는 드디어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과거의 어떤 순간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단지 스마트폰을 켜고 스크롤을 하기만 하면 되니깐요. 그리고 흐릿한 기억과 적나라한 기록들 사이에서 잠시 방황할 수도 있겠죠. 지금은 불과 1-2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사소하게 보냈던 수많은 사진이나 메시지들이 누군가의 스마트폰, 또는 클라우드 어딘가에 10년 또는 100년이 넘게 그대로 저장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어떨까요?

하늘과 바다에 갇히다

또한 빠름… 빠름… 으로 변화하는 소통 방식은 과잉 커뮤니케이션을 가져옵니다. 우리는 바로 앞에 상대방이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스마트폰 화면으로 온라인의 커뮤니케이션을 멈추지 못합니다. 하늘과 바다에 떠다니는 텍스트처럼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세상에 있는 것이죠. 어쩌면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과연 그럴까요? 동그랗게 보이지만 사실은 사각의 프레임 안에 갇혀 있는 건 아닐지 조금은 고개를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빅 데이터가 만들어낸 플랫폼(Platform) 안에서 우리는 자유롭다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년>, 2012, Interactive Top & Bottom Video with Synchronous Messages

스마트 미디어와 ‘즉각적 미래’

디지털 미디어는 이처럼 커뮤니케이션의 흔적을 데이터로 남깁니다. 기존의 어떤 미디어보다 개인화된 데이터로 타임라인을 촘촘하게 채우는 것이죠. 이러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분석되고 개인 맞춤형(Microtargeting) 길을 안내하게 될 것입니다. 마치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죠. 과거의 아날로그 TV가 물리적 법칙에 갇힌 ‘즉각적 과거(passé immédiat)’ 였다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뉴미디어는 ‘즉각적 미래(avenir immédiat)’의 속성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즉, 어떤 행동의 피드백과 ‘스마트’해진 미디어의 예측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미디어가 스마트해질수록 우리는 점점 기억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가상의 미래에서 온 소녀와의 인터뷰

이제 과거가 아닌, 미래로 시간 이동을 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오프닝에서 작가는 미래로 가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이 작품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대화를 보여주는 모드가 숨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가상의 미래에서 온 소녀와의 인터뷰 퍼포먼스는 매 정시마다 자동적으로 행해집니다.
* 아래에 가상의 인터뷰 전문을 첨부합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년>, 2012, Interactive Top & Bottom Video with Synchronous Messages

[ 2013년 12월 28일 : 미래에서 온 소녀 ]

시간을 달리는 소년은 어떤 작품인가요?

대화 내용을 2개의 다른 스크린으로 재현한 작품입니다

그렇게 되는 원리가 무엇인가요?

스마트폰에 저장된 데이터(4,671건)를 이용하였습니다

이런 작업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는 곧 우리의 의식을 바꿉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한 예로, 대화는 서로 수신이 확인된 경우에만 진행됩니다

이런 기술의 발달이 우리의 소통을 원할하게 했나요?

두 스크린은 한 공간에 있지만 떨어져 있죠…

[ 2013년 12월 28일 : 기록과 기억 ]

실제 있었던 일인가요?

모두 실제 주고 받은 사적인 대화 기록입니다

다시 보니 어땠습니까?

제 기억이 많이 왜곡되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상대방의 기억도 마찬가지겠지요?

같은 데이터(기록)를 가지고도 서로 다르게 기억할겁니다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였나요?

하늘 위로 바다 밑으로 대화 내용은 점점 멀어집니다

그리고요?

비교적 느슨한 동기화 방식을 사용하였습니다

조금 어려운데 쉽게 설명을 해주세요

두 스크린간 타이밍이 조금씩 어긋나게 하였습니다

각자의 왜곡된 기억이란 말씀이신가요?

디지털(기록)이지만 아날로그(기억)의 속성을 갖게 했습니다

그럼 기록은 모두 믿을만한 것인가요?

두 스크린에서 말풍선이 흘러가는 속도는 동일합니다만…

기록은 결국 과거의 일이라는 뜻인가요?

지금 이 대화는 미래에 일어나고 있죠?

[ 2013년 12월 28일 : 디지털과 아날로그 ]

디지털은 기록, 아날로그는 기억인가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그렇게 이분법적이진 않습니다

소년과 소녀처럼요?

작품에서 말풍선이 거울처럼 마주하는 것과 같죠..

이해가 잘 안됩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순환 구조를 가집니다

작품에 그런 요소가 있나요?

매우 많이 숨겨져 있습니다. 한번 찾아보세요…

그럼 하나만 알려주신다면…?

배경인 하늘과 바다는 같은 방향으로 회전합니다

마치 지구가 자전하는 것처럼요?

말풍선 텍스트가 흐르는 방향도 잘 보시기 바랍니다

배경(Landscape)이 아날로그, 텍스트(Portrait)가 디지털?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됩니다

그럼 아날로그의 시대는 끝났다고 보시나요?

이 작품에서는 시작과 끝은 연결됩니다

그럼 디지털 안에서 우리는 자유로운가요?

배경을 자세히 보면 같은 저해상도 이미지가 무한 반복…

끝으로… 이 대화의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비밀입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입니다 :-)


<시간을 달리는 소년>, 2012, Interactive Top & Bottom Video with Synchronous Mess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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